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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포역] 가장 오래된 간이역

Sujin Lee

전라북도 익산시 춘포면에 위치한 춘포(春蒲)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간이역으로, 올해로 건립된 지 100년이 됐다. 배가 드나들던 포구를 뜻하는 지명으로 우리말로 ‘봄 나루’라 불리는 춘포. 100년이 흐른 지금, 춘포역은 자신의 이름처럼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삼례역을 가려던 길(오수역에서 우리는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이 동네에 외지인이그것도 젊은 친구들이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게 궁금했는지 역무원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우리나라 곳곳의 역을 찾아다닌다는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는 역무원 아저씨는 뜻밖의 장소를 일러준다여기까지 왔다면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면서 알려준 곳이 바로 춘포역이다.

동익산역과 삼례역 사이에 있는 이 조그마한 역은 당연히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기에 삼례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아파트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달랑 한동만 있는 아파트 앞에서 내려 골목으로 들어가니낮은 담의 집이 쭉 이어져 있다하나같이 에메랄드색으로 칠해져 있는 집들이다그러나 숨길 수 없는고요하면서도 싸한 기운은 줄지어진 집 모두 폐허라는 것을 알려준다.

신기했던 건 아무도 없는 그곳의 벽에 지난 100년의 춘포역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마치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되짚는 듯이 지난한 춘포역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저런 벽에는 뻔하디뻔한 벽화가 유치찬란하게 그려져 있기 마련인데 춘포역은 벽화 대신 액자에 담긴 흑백 사진으로 대신했다그 센스에 감탄하고흑백과 에메랄드색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모습에 또 한 번 감탄하며 사진을 바라봤다사실 춘포역의 지난 100년이 담긴 사진들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다는 게 어울릴 정도로 사진 하나하나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춘포역 철로 앞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은 그 시절 고등학생의 모습은 의기양양 그 자체다지금처럼 모두가 학교에 갈 수 있던 게 아니었던 시절사진 속 그들은 교복을 챙겨 입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교복을 입고기차로 통학한다는 게 누군가의 크나큰 부러움이었던 시대에도그리고 50여 년 전의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춘포역은 세월이 무색하게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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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포역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을 쏙 빼닮은 색깔을 담아내고 있었다에메랄드와 아이보리색으로 예쁘게 단장한 춘포역은 앙증맞고아기자기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했다흡사 어느 세트장을 와있는 것처럼 좌우 양쪽어느 쪽으로 보아도 앞뒤가 똑같다소담한 귀여움이 한가득 담긴 춘포역이 실제 사람과 화물을 나르는 역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역사 안에 오래된 교복책상 등 과거의 물품으로 꾸며놓은 곳이 있기에 가능했다이 공간에는 기차간 배차와 간격거리를 일러주는 신호기도 무심하게 놓여 있다오락실에서 마주했던 것 같기도 하고한없이 장난감과 같기도 한 신호기였지만 이런 과거의 물건을 통해 춘포역은 자신의 역사를 찬찬히 보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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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포역의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는 또 하나는철도 진입로 돌기둥이다. 2011년 전라선 복선 전철화 사업으로 철길은 사라졌고 지금은 고가 위로 새로운 철길이 놓여 고속열차와 일반열차가 달리고 있다바로 춘포역의 머리 위에서 말이다기차가 때맞춰 지나간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지닌 춘포역 위로 현재의 철도 역사가 덧입혀지는 순간이다.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춘포역은 그렇게 사라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다행인 건, 페인트칠로 말끔해진 외관처럼 근대문화 유산 박물관으로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과 지역을 이어주던 춘포역은 이제 문화와 사람을 이어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노력의 일환으로 진입로와 입구에 그런 사진들이 걸려 있었던 것이다. 1910년대부터 2014년까지의 시간이 맞부딪히는 춘포역은 ‘근대문화유산 박물관 춘포’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중이다.

TIP 삼례역에서 111번 버스를 타고 버스 기사 아저씨에게 춘포역에서 내리겠다고 말해놓자.